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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환자의 소소한 일기2 (나 그리고 조울증을 인정하는 일)

 

 

나 그리고 조울증을 인정하는 일


「 마치 '어떻게 해야 나를 괴롭힐 수 있을까?'의 고민 속에 있는 사람 같아요.」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본문 中 -


죽고 싶어하던 우울증 상태에 빠졌던 나에게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사가 다녀갔다.

상담사는 나에게 "지금 무엇이 제일 힘드신가요"라고 물었고

나는 "그냥 사는 게 힘들죠" 하고 웃으며 대답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 내가 나인게 힘들어요' 라고 답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나를 혐오했다.

남보다 잘하는 게 없는 내가 창피하고 불편했다.

처음에는 그저 창피와 불편했던 감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짙은 우울과 적대감으로 바뀌어졌다.

 

나는 내가 다른사람들과 사교적으로 지내지 못하는 것이 싫었다.

발표를 잘 못하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예술에 재능이 없다는것도.

 

음식점에 가도 주문하는 것에 긴장하는 나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모든것(가는 길, 가는 버스, 노선, 예약까지)을 준비하는 나

기분이 들뜨면 하루종일 무언가가 될거라고 할수있다고, 모임에 들어가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시작하는 나

그러고서는 기분이 가라앉으면 모든 것을 그만둬버리고 아무것도 못하는 나까지

 

정말 많은 '나'를 싫어했다. 혐오했다.

성격 혹은 생각(부정적)도 있겠지만 이것이 병이란 것을 알게 될 때까지 나는 그저 나를 학대할 뿐이었다.

그리고서는 다른사람이 나를 다치게 했다며 울고 우울해지고 방에 틀어박히고.

생각해보면 타인보다 내가 더 나를 아프게 했을 거다.

 

사실 원인을 알게 되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병이란 것을 알게 되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나를 학대했고 병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그냥 마음이 아픈 사람이 아닐까?

이게 병인 걸까?

약을 평생 먹으라는데, 그게 사람 사는 걸까?'

 

결론만 말하자면

병인게 맞고 평범하게 사람 사는 거다.

 

약을 먹는 행동을 힘들어 하는 내게 어머니가 해주신 말이 있다.

"비타민제 먹는 다고 생각해. 매일 비타민제는 먹으려고 하면서 왜 그 약 먹는 건 싫다고 그래?"

 

생각해보니 다른 약들은 잘만 먹으면서

이 약은 왜 안먹으려고 했을까. 난 딱히 부작용도 없어서 다른 약과 같은데.

심리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지금 내가 그런 생각과 감정을 수없이 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훈련을 하고있다.

의식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고

근본적으로 약과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내일은 더 나를 사랑하는 내가 있기를 바라며